에어프로덕츠·SK스페셜티 등 '가스' M&A 봇물…다 똑같은 가스가 아니다?
입력 2024.09.05 07:00
    안정적 현금흐름에 M&A 시장서 각광 받아
    공통점 있지만 산업용·특수 세부 내용서 차이
    산업용은 파이프라인 기반해 장기 계약 가능
    특수는 장기 계약 어렵고 환경 규제도 변수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 수년간 M&A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은 영역 중 하나는 '가스'다. 인프라 등으로 운용 전략을 다변화하는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이 가스 회사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에 주목했다. 특히 고금리 환경에서는 장기에 걸쳐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이 더 부각됐다.

      2017년 MBK파트너스는 DIG에어가스(전 대성산업가스)를 인수했고, 2019년 맥쿼리PE에 매각했다. IMM PE는 2019년 에어퍼스트(전 린데코리아)를 인수했고, 지난해 소수지분을 블랙록자산운용에 팔아 조단위 자금을 회수했다. 맥쿼리PE는 2021년 SK하이닉스 이천 M14공장에 산업 가스를 공급하던 설비를, 이듬해는 브룩필드자산운용이 M16 가스 공급 설비를 각각 인수했다.

      최근에도 가스 회사 M&A 열기가 이어졌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가장 자신있게 내놓을 카드이기도 하다. 올해 효성화학은 특수가스 사업을 스틱인베스트먼트·IMM PE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고, SK그룹도 SK스페셜티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에어프로덕츠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를 매물로 내놨다.

      지금까지 진행됐거나 진행될 거래 대부분이 조단위였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기본 전제로 얼마나 많은 금액을 쓰느냐 하는 원매자들의 고민이 치열했다. 핵심은 결국 얼마나 마진을 적게 남기느냐였는데 각 매물의 성격에 따라 가치산정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안정적 산업용 가스, M&A 시장 단골 손님

      가스 시장은 크게 산업용가스(Bulk)와 특수가스(Specialty)로 나뉜다. 모두 전방 제조업에 가스를 공급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세부 용처는 다르다. 산업용은 제조업 전반에서 수요가 발생하지만 특수가스는 수요처가 제한적이다.

      산업용 가스는 공기가 기본 재료다. 공기분리장치(ASU) 등 설비를 통해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을 추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다. 유통방식에 따라 토니지(파이프라인), 벌크, 패키지로 나뉘는데 주요 고객은 토니지 쪽에 몰려 있다. DIG에어가스, 에어퍼스트, 에어프로덕츠 등 토니지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이 M&A 시장 단골이다.

      산업용 가스는 반도체는 물론 석유화학, 철강 등 제조업 전반에서 활용되는데 현재 반도체 외에는 경기가 주춤하다. 결국 대형 M&A의 핵심은 반도체 고객사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느냐로 귀결된다. 반도체 공장 인근에 파이프라인을 놓을 부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 가스를 대는 린데, 에어퍼스트, 에어프로덕츠 등도 공장 인근에 설비를 두고 있다.

      일단 파이프라인을 깔아두면 10년 이상 장기로 가스를 공급하게 된다. 그 동안은 경기나 수급 상황과 상관 없이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다양한 회수 기법도 고민할 수 있다. 최근 브룩필드는 M16 가스 공급 사업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 나섰는데 만기를 14년으로 잡았다. 고객사가 가스를 더 원하면 기존 라인을 일부만 늘리면 된다.

      일단 따낸 계약은 '계산이 서니' M&A시 가치에도 곧바로 반영된다. 반대로 예상이 틀어지면 난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PEF간 손바뀜 거래가 이어지며 '몸값 거품'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반도체 공장 근처에 부지를 확보해 가스를 공급하는 곳 외에 다른 곳에 물량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양해각서(MOU)만 맺은 시기부터 가스 기업의 가치는 올라간다"며 "반면 수주를 자신하고 있던 곳을 놓치게 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황 타는 특수가스, 환경 규제도 변수로

      특수가스는 말 그대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생산한 가스다. 한국 시장에서는 산업용 가스와 마찬가지로 반도체향 물량이 절대적이다.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이어지고 있어 현 시점 사업성은 나쁘지 않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여러 가지 특수가스가 활용되는데 핵심 공정에 들어가는 특수가스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2021년 일본이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 특수가스의 한국 수출을 금지하며 반도체 업계가 타격을 입기도 했다.

      효성화학 특수가스나 SK스페셜티 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는 삼불화질소(NF3)가 주력이다. SK스페셜티는 NF3와 육불화텅스텐(WF6) 세계 점유율 1위다. 다른 반도체향 특수가스에 비해 고부가가치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희소성있는 매물이라는 평가다.

      특수가스는 산업용 가스에 비해 업황이나 계약에 따른 위험 노출도가 큰 편이다. 고객사들은 업황에 따라 5년 단위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지만 1년 단위 단기로 맺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 계약을 중도에 취소하거나 고객이 필요한 만큼만 물량을 줄여 받는 경우도 있다.

      최근 수년간은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반도체 시장이 인위적 감산에 들어가거나 고객이 설비투자를 줄이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판가 하락 부담에 설비를 무작정 늘려둘 수도 없다. M&A에서도 추가 수주에 따른 기대치가 반영되기 보다는 지금 어느 정도 실적을 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다.

      NF3는 국제적으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과 함께 7대 온실가스로 지정돼 있다. 특수가스 사업을 하려면 배출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탄소중립 ESG 요건을 강화하면 입지가 모호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NF3가 불소(F2)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페셜티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보다 후한 가치를 인정받을지 관심이 모인다. SK하이닉스라는 확실한 전속시장(캡티브) 물량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미 1위 사업자로 기업가치를 높일 여지가 많지 않고, 효성의 사업보다 3배 이상 비쌀 것으로 예상되는 몸값도 부담이다. PEF가 인수한다면 향후 회수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장기 계약이 가능한 산업용 가스와 달리 특수가스는 장기 계약을 맺기 어렵기 때문에 인프라 성격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며 "특수가스는 이를 감안해 가치를 산정해야 하는데 SK스페셜티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어느 정도 협조적인 계약 조건을 내미느냐에 따라 몸값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