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투자한 플러그파워 주가 15분의 1토막…그룹 수소사업은 어디로?
입력 2024.09.05 07:00
    SK그룹, 2021년 주당 30달러에 투자 단행
    현재 주가 1.8달러 수준까지 하락
    일각에선 ‘제2의 니콜라’ 거론
    투자 실패에 수소사업 구체적으로 손 잡히는 것 없어
    추형욱 SK그룹 수소사업단장 입지에도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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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수소업체 플러그파워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조단위 투자를 단행한 SK그룹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제2의 니콜라’란 평가까지 나오면서 해당 투자가 SK그룹의 수소사업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추진된 다는 점에서 수소사업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플러그파워 주가는 지난달 30일 종가기준 1.88달러다. 연초 8달러선에서 거래되었으나 상반기 내내 주가가 떨어지면서 1달러 선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2021년 한때 주가가 60달러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최저가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SK그룹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021년 SK㈜와 SK E&S가 각각 7억5000만달러(8000억원), 총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해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주당 29.3달러에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해당 지분 가치가 15분의 1토막이 났다.

      플러그파워 주가가 폭락한 배경에는 수소연료시장이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플러그파워의 핵심 사업영역은 수소지게차 등 물류 모빌리티 제조 분야지만, 미국 내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 글로벌 시장 진출 등으로 사업 확대를 꾀했다. 하지만 수소연료시장은 여전히 가능성의 시장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유동성 위기마저 불거졌다. 플러그파워는 실적발표에서 현재 보유한 현금과 주식 지분 등 앞으로 1년간 회사의 운영자금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당시 순손실 규모만도 2억8350만달러에 이르렀다.

      일각에선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간 니콜라와 비교하기도 한다. 니콜라는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았다.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지난 20015년 전기 배터리와 수소 연료로 움직이는 대형 트럭을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이후 완성되지 않은 기술을 앞세워 투자자를 속인 혐의로 기소됐고,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그에게 사기죄 유죄평결을 내린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플러그파워가 제2의 니콜라가 될 수 있다”라며 “드러난 실체가 없고 적자가 지속되면서 주가가 계속해서 빠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요 투자자들은 지난해 3분기부터 플러그파워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플러그파워 지분을 전량매각했다. BNP파리바,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자들도 지분을 팔았다. 국내에선 한국투자공사가 플러그파워 주식 169만7992주(약 170억원 규모)를 전량 매각했다. 

      반면 SK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SK E&S는 “SK㈜와 SK E&S가 최초 투자한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라며 “전략적 투자 차원에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이런 설명에도 업계에선 전략적 투자보다는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분 매각에 나서게 될 경우 해당 투자의 실패가 더 부각될 수 있어서다. 한화그룹도 니콜라에 1억달러를 투자해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지난해 전량 매각하면서 투자 손실은 기록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SK는 투자금 규모도 크고, 매각하면 투자 손실이 확정된다. 더불어 그룹의 수소사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해당 투자를 이끈 추형욱 SK E&S 사장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플러그파워는 추 사장이 SK의 투자1센터장이던 시절 추진 한 건으로, 사장이 되면서 마무리한 딜이다. 2020년 연말인사에서 추 사장이 최연소 사장에 오르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꼽혔던 딜이다. 추 사장은 수소사업단장을 역임하는 등 SK그룹의 수소사업을 이끌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당장 올해 말 예정돼 있던 인천 청라국제도시 1조원 규모 수소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도 미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추 사장이 밀어붙이던 수소사업은 더욱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으로 SK E&S는 캐쉬카우로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미 조단위 손실이 예상되는 수소사업에 집중하긴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