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IB의 한지붕 '양다리' 영업…역량 발휘 vs 이해상충
입력 2024.09.05 07:00
    KB은행 투자금융부-인프라금융부 경쟁 구도
    에어퍼스트·에코비트·에어프로덕츠 각각 참여
    "대규모 딜에 은행 조달 필요…차주에 도움"
    "이해상충 취약…차주 간 전략 노출 우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KB국민은행이 인수금융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양방향 영업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스폰서(차주)에 동일 CIB영업그룹 소속인 투자금융부와 인프라금융부가 각각 인수금융 대출확약서(LOC)를 쓰는 끊어주는 방식이다. 거래 규모가 큰 거래에서 시중은행의 역량이 발휘된다는 평가와 함께 이해상충에 취약한 구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올해 태영그룹 산하 폐기물 처리업체 에코비트 매각에 앞서 KB국민은행 투자금융부는 IMM인베스트먼트-IMM PE 컨소시엄과, KB국민은행 인프라금융부는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과 인수금융 주선을 각각 논의했다. 산업용 가스업체 에어프로덕츠코리아 거래에서도 원매자인 브룩필드, KKR에 각각 줄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산업용 가스업체 에어퍼스트 매각 과정에서도 KB국민은행은 매도자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과 원매자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모두 손을 잡았다. IMM PE는 지분 매각 시 기존 인수금융을 9000억원 규모의 6개월 만기 브릿지론을 통해 상환했다.

      KB국민은행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인수금융 시장에서 여러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이 최근 양방향으로 영업할 수 있었던 건 해당 건들이 인수금융 딜인 동시에 인프라 딜이라는 특수 케이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금융부와 인프라부가 동일 그룹 소속이지만 부서끼리 경쟁하는 관계라서 가능한 구조라는 평가다.

      아울러 서로 다른 차주에 각각 딜을 따낸 건 그만큼 KB국민은행의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딜 협상 과정에서 각 차주가 생각하는 조달 전략, 구조, 기업가치(밸류) 등이 다르다. 차주는 자신의 전략이 노출되는 걸 꺼려 인수금융 주관사가 다른 차주를 동시에 주선하는 행태를 불편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민감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차주가 KB국민은행의 영업 네트워크와 주선 능력 등을 높게 쳐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KB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거래 규모가 클수록 입찰 경쟁에서 시중은행이 조력할 필요가 있다"며 "원매자가 은행 조력으로 조달 계획을 확실히 짤 경우 경쟁이 원활히 이뤄지니 매도자 입장에서도 시중은행이 양방향으로 LOC를 끊는 게 도움된다"고 밝혔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차이니즈 월(부서 간 정보교류 차단)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이해상충에 취약한 구조라는 것이다. 부서끼리 정보를 교류하지 않더라도 위로 갈수록 정보가 모일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의 이러한 행보는 타사의 행보와 대비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코비트 원매자인 케펠인프라는 인수금융 대주단을 꾸리기 위해 신한은행을 찾아갔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매도자인 IMM 컨소시엄과 논의중이라는 이유로 신한투자증권에 케펠을 연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KB국민은행처럼 영업하면 딜을 수임할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LOC를 여러 번 끊으면 우발채무가 늘어나는 등 불필요한 비효율이 발생하며, 이해상충 이슈가 불거질까 타사에서는 하나의 차주와 거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