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매각 딜레마, "KCGI는 돈을 못 모으고, LF는 가격이 너무 낮고"
입력 2024.09.05 15:37
    시가 4배 쓴 KCGI, 자금조달 난항에 시한 연장
    LF, 자금력·대주주 승인 유리하지만 일단 관망
    한양학원, 불안한 KCGI-가격 낮은 LF 두고 고민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양증권 인수를 진행하는 KCGI가 투자금을 모으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제2금융권과 일반 기업들을 중심으로 출자 의향을 묻고 있지만 상당수 기관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도자로부터 얼마간의 말미를 더 얻긴 했지만 자금 조달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인수 무산 가능성도 점쳐진다.

      차순위 후보인 LF그룹은 KCGI와 달리 자금력은 충분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음에도, 아직 가격 인상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진 않은 모습이다. 

      결국 매도자인 한양학원 입장에선 인수자금 조달 신빙성이 떨어지는 KCGI냐 인수금액이 낮은 LF그룹을 선택하느냐를 두고 고심에 빠질 상황으로 풀이된다.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한양증권 인수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다올투자증권과 OK금융을 비롯해 외국계 운용사, 일반 기업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투자확약서(LOC)를 끊어준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약속한 5주간의 독점 협상 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자금 조달에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셈이다. 자금 조달을 위해 1주일의 시간을 얻었지만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KCGI는 2448억원에 한양증권 보통주376만69733주를 인수희망가격으로 제시했다. 주당 6만5000원으로 1만5000원인 한양증권 주가를 기준, 무려 4배 이상의 가격이다. 

      인수금융 활용도 쉽지 않다. 주가 대비 인수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LTV(담보인정비율)이 나오지 않기 때문. 통상 인수금융을 조달할 때는 인수하는 주식을 담보로 50% 수준의 LTV가 거론되는데 이번 경우는 인수금액 대비 주가가 너무 낮아 담보가치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을 활용하기 힘들다 보니 순수하게 에쿼티로 자금을 모으고 있다”라며 “주가 대비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 보니, 투자자들로서도 회수 우려가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그간 KCGI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것도 자금조달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KCGI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다수의 행동주의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이들 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으로선 KCGI에 자금을 넣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2금융권 정도가 자금집행이 가능하나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의 자금 사정이 어렵다 보니 이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강성부 KCGI 대표가 일반 기업들을 찾아 투자 의향을 묻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저 정도 몸값은 부담하기 어렵다. 출자자(LP) 참여할 바에야 차라리 직접 인수하는 게 낫다는 평가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강성부 대표가 기업들을 찾아 투자 의향을 묻고 있지만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다"며 "KCGI는 기업에 투자해 시장 주목도를 높인 후 주가가 오를 때 발을 빼는 행보를 보여왔는데 이번 거래에선 같은 전략을 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F는 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차순위 후보자로 독점적 협상 시한을 연장한 점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KCGI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해서 의구심이 크고, 설령 인수대금을 모은다고 하더라도 까다로운 대주주적격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두 관문 모두 KCGI로선 쉽지 않다.

      KCGI가 인수에 실패할 경우 자연스레 기회는 LF에 돌아온다. 

      문제는 가격. LF가 써낸 인수가격은 주당 4만원 후반 수준으로 KCGI가 써낸 6만5000원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니 KCGI가 빠지게 되면 주당 2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어 굳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 LF그룹은 자체자금으로 조달이 가능하고 자금조달과 대주주적격 심사 문제에서 KCGI보다 우위에 있다. 

      한양학원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대금이 높은 KCGI에 팔고 싶으나, 자금을 모을지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차순위이인 LF그룹에 팔자니 KCGI가 제시한 금액과는 가격 격차가 상당히 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이 KCGI에 대한 배타적 협상기한 연장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양학원은 한양증권 지분 매각으로 들어온 자금을 한양의료원 운영비 확보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달리 보면 당장 자금소요가 크지 않은 셈이다. KCGI가 자금 조달에 실패하고, LF그룹이 가격을 고수한다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LF그룹은 차분하게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며 “배타적 협상시한이 길어지고 있지만, 굳이 문제삼아 한양학원 측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