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페셜티 매각, 한앤코+α 스토킹호스 방식 진행 유력
입력 2024.09.09 07:00
    SK㈜ 재무개선의 핵심, 올해부터 매각 검토
    일찍 움직였던 한앤컴퍼니 앞서 있다 평가
    에어프로덕츠 M&A 맞춰 경쟁입찰도 진행
    글로벌 PE 수요 확인하며 안전장치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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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이 SK스페셜티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일찍부터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접촉한 가운데 그 외의 투자자들로부터도 인수 제안을 받아볼 예정으로 알려진다. 이번 거래는 그룹 재무구조 개선의 키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두면서도 최대한의 자금 조달 효과를 얻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M&A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13일까지 잠재 원매자들로부터 SK스페셜티 인수의향서(LOI)를 받기로 했다. 인수 후보들의 제안을 살펴 이후 매각 전략을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작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SK스페셜티 매각 카드는 꺼내지 않았다. 자본시장이 침체한 터라 원하는 값을 받기 어려웠고, 세금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SK머티리얼즈는 특수가스사업(현 SK스페셜티)을 물적분할했는데, 분할 다음해부터 2년이 지나기 전에 분할신설법인을 매각하면 적격분할에 따른 세제 혜택이 사라진다.

      SK그룹은 연초부터 SK스페셜티 매각을 검토했고 거래를 신속하게 종결할 수 있는 대형 PEF와 접촉했다. 현 시점에선 SK그룹이 원하는 조건을 제시한 한앤컴퍼니가 인수에 가장 가까운 후보로 평가 받고 있다. SK스페셜티 평가 작업도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은 리밸런싱(사업재조정)을 진행 중인데 SK㈜의 재무구조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으로 배당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SK스페셜티를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SK스페셜티는 SK㈜의 100% 자회사로 장부가는 6000억원인데 매각 마지노선은 4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한 대형 PEF 관계자는 "현재 한앤컴퍼니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SK그룹이 SK하이닉스 쪽 물량을 보장해준다면 4조원대 몸값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앤컴퍼니가 SK그룹이 원하는 가격을 맞춰 주느냐에 거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SK그룹과 여러 차례 거래를 진행하며 신뢰를 쌓아 오기도 했다.

      다만 한앤컴퍼니가 SK그룹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면 다른 후보들에 기회가 돌아갈 전망이다. 칼라일그룹과 브룩필드자산운용, MBK파트너스, EQT파트너스 등 대형 투자사가 잠재 후보군으로 꼽힌다.

      SK그룹이 SK스페셜티 매각을 시장에 공개한 시점도 공교롭다. 올해 최대 거래 중 하나로 꼽히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일도 13일이다. 에어프로덕츠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오기 때문에 PEF들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PEF들도 본사 심의를 거쳐 에어프로덕츠 인수전에 뛰어들텐데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한국 사무소의 입지가 난처해진다. 에어프로덕츠를 놓친 곳들은 유사한 산업군인 SK스페셜티 인수전으로 발을 돌릴 수도 있다. 유력 후보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추가로 안전장치를 두는 셈이다.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에서의 스토킹호스 방식과 유사하다.

      SK그룹은 현재 투자은행(IB) 없이 SK㈜와 SK㈜머티리얼즈 주도로 SK스페셜티 매각을 진행 중이다. 경쟁입찰로 거래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는 크지 않지만 경쟁입찰로 전환하게 되면 관계가 좋은 IB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다른 대형 PEF 관계자는 "에어프로덕츠를 놓친 글로벌 PEF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비슷한 시기에 SK스페셜티 매각을 진행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