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따기 위한 건설사의 염가 수주 전략 괜찮을까
입력 2024.09.11 07:00
    경쟁입찰 사라진 재건축 시장
    염가로 틈새시장 노리는 '비주류'
    "수익성보다 인지도가 주요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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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사비 급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차질을 겪는 가운데 일부 건설사는 저렴한 공사비를 내세워 강남3구에서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건설 경기가 악화하며 건설사의 시공권 경쟁 강도는 줄었다. 올해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21곳 중 19곳이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고금리와 원가율 상승으로 건설 경기가 악화하자 경쟁이 예상됐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도 경쟁이 사라졌다. DL이앤씨가 수주한 도곡개포한신이 올해 강남 3구 유일한 경쟁입찰지였다. 개포주공5단지는 대우건설과, 잠실우성4차는 DL이앤씨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마촌3구역은 GS건설과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신반포2차는 1차 입찰에 현대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재건축 수주를 위해 힘쓰는 사업장이 있으며, 타 건설사는 해당 사업장에 입찰을 피하는 분위기"라며 "요즘 강남3구에서 조합이 제시하는 공사비 등 조건으로는 주요 건설사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프리미엄 브랜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은 재건축 시장이 위축됐지만, 일부 건설사는 현시점을 기회로 보고 있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낮아 이윤은 낮을지라도 일단 강남3구 재건축을 통해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강남3구 재건축 시장은 최상위권 건설사가 주도하던 시장이었다. 재건축 조합이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원한 영향이다.

      건설사들이 염가 수주에 나설 수 있는 건 당분간 공사비 상승세가 둔화할 거란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7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10포인트로 두 달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연초 건설공사비가 2020년(100포인트) 이후 30% 상승한 상황과 대조된다. 건설 경기가 악화하며 건설 자재 수요도 감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수주를 따내기 위해 수익성을 양보할 경우 추후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는 5~15%의 이윤을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염가로 수주할 경우 건설사는 이윤이 5% 혹은 이보다 더 낮을 거란 설명이다. 

      수주 시점보다 공사비가 오를 시 시공사가 역마진을 볼 수 있다. 추후 공사비를 인상하려고 해도 조합의 반대로 인상 과정이 순탄하기 어렵다.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시공사와 반대하는 조합의 갈등으로 사업이 무산된 곳도 많다.

      손실을 피하기 위한 '짬짜미' 시공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외부 자재는 바꾸기 어렵지만, 알아차리기 힘든 내부 마감재는 공사비에 맞춰 저렴한 제품으로 바꿔쓰기도 한다"며 "또는 조합원 물량은 품질을 유지하되, 일반분양분은 자재 단가를 낮춰 쓰기도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9월 중 발표할 공사비 안정화 방안이 재건축 시장 향방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건설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추가적인 공사비 인하 여건이 조성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