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회계사 3분의 1이 '낭인' 될 판…“취업 재수해도 빅4 선호”
입력 2024.09.11 09:53
    빅4 회계법인 올해 채용규모 800명 수준
    남은 합격자 400여명은 취업재수해도 빅4 선호
    빅4 가기 위해 ‘연줄’ 알아보기도
    심지어 빅4 내에서도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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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달 초 공인회계사 2차 시험 결과가 발표되며 신입 회계사 채용시즌이 본격 개막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그 어느 해보다 가라 앉아있다는 평가다. 빅4 뿐 아니라 로컬 회계법인 모두 신입회계사 채용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빅4 회계법인의 선택을 받지 못한 신입회계사들은 로컬 회계법인(빅4를 제외한 국내 회계법인)을 전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신입회계사 채용에도 ‘연줄’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회계법인에 따르면 빅4 회계법인 올해 채용규모는 8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일과 삼정이 각각 300명, 안진과 한영이 각각 100명 내외를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1200여명의 공인회계사 합격자 중 400여명 정도가 빅4 회계법인에 선택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빅4 회계법인에 들어가지 못한 신입회계사들은 로컬 회계법인을 전전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로컬 회계법인들의 신입회계사 수요는 빅4 회계법인보다 작다.

      더불어서 금융당국은 지정감사제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로컬 회계법인에 감사 품질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서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로컬 회계법인들은 지정감사를 수행할 수 없게 끔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감사 품질 향상과 더불어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그들의 고민은 감사 품질 향상을 위해 인재 영입을 위해 빅4 회계법인 이상의 임금을 챙겨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비용부담이 커졌다. 이에 반해 신입회계사 채용은 어디까지나 ‘비용’인 측면이 크다. 더불어서 수련 기간이 끝난 다음에도 여전히 그 회사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 한해 뽑은 인력의 절반 정도가 남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빅4 회계법인에게도 신입회계사 채용은 사회적 비용 같은 면이 있다”라며 “더욱이 로컬 회계법인은 현업에서 활용 가능성은 낮고, 그렇다고 지속적으로 회사에 남아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많아야 로컬 회계법인에서 100~200여명 채용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나머지 200여명 정도의 신입회계사는 올해 채용이 힘들 뿐 아니라, 로컬 회계법인에 취직한 신입회계사도 잠재적인 이직 수요로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합격생의 400여명 정도가 지속적으로 구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나 업계 빅4 내에서도 성과급 등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신입회계사들에겐 빅4 입성은 ‘SKY 로스쿨’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재수를 해서라도 더 좋은 회계법인에 입사해야 연봉에서도 차이가 나고 추후 다른 직종으로 이직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할 당시 사모펀드, 증권사, 스타트업에서 서로 회계사를 뽑아가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빅4 선호가 강했다. 

      이 때문에 최근 신입회계사 채용시즌에 빅4 회계법인에 ‘연줄’이라도 잡아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특정 회계법인 파트너와의 관계 등을 통해서 입사에 가산점이라도 받고 싶어하기 위함이다. 

      한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연줄을 통해서라도 들어가려고 하는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그만큼 빅4 선호도가 강해지고 있고, 빅4 내에서도 양극화가 생기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