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전망 속 SK하이닉스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지는 삼성전자
입력 2024.09.11 15:46
    삼성전자 6거래일 연속 저점 경신…예상 밖 전개
    내년 걱정 속 3분기 눈높이부터 낮추는 투자가들
    HBM3E 기대감 날아가고 또 외형·수익성 걱정 多
    경영진 자사주 매입에도 얼마나 밀릴까 시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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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걱정이 고개를 든지 한 달여 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 눈높이가 내려가고 있다. 당초 인공지능(AI) 투자가 주춤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더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시장은 삼성전자 주가를 더 빠른 속도로 끌어내리고 있다. 

      11일 삼성전자 주가는 개장 직후 전일보다 3% 이상 하락하며 52주 신저가(6만4200원)를 기록했다.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의 매도가 계속되자 6거래일 연속으로 저점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지난 한 달 이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3조5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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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역시 7월 중 최고가를 기록한 뒤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증시 전반이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하락폭이 더 가파르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신중한 목소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예상 밖 전개라는 반응이 많다. 

      실제로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눈높이를 빠르게 낮춰잡고 있다. 1주일 전만해도 11조4000억원 선에 형성돼 있던 3분기 삼성전자의 순이익 전망치는 지난 10일 10조7108억원까지 떨어졌다. 이달 말 실적 집계를 앞두고 일찌감치 기대감을 내려놓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소폭 조정을 거치고는 있지만 3분기 순이익 전망은 5조1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최근 엔비디아향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이 본격화했다는 보도에도 상승 탄력을 받지 못했는데, 3분기 부진 우려까지 불거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황에 대한 전망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SK하이닉스에 비해선 HBM 비중이 낮아 범용 메모리 반도체 변동성에 많이 노출돼 있는 데다 ▲최근 구조조정에 돌입한 인텔과 마찬가지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 부진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점 등이다. 

      마이크론 등 경쟁사 역시 HBM 추격을 지속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공급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확인되지 못한 점도 함께 거론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적 혼란 속에 TSMC, 인텔과의 파운드리 경쟁 구도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달리 보자면 엔비디아·HBM에 묶여 있던 투자가들의 걱정이 다시금 외형 성장과 수익성 회복 시점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가는 구도다.

      연일 이어지는 하락세에 경영진들이 10억원어치 이상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 사장은 각각 자사주를 7억3900만원, 3억4750만원씩 취득했다. 

      아직은 내년 업황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당분간은 삼성전자 주가가 어디까지 밀릴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