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 달렸는데…현대차, 점점 현실화하는 피크아웃 위기감
입력 2024.09.13 07:00
    역대 최대 판매량과 영업이익 불구
    30만원 넘보던 주가는 20만원 초반으로 털썩
    우호적 환율 효과 끝날 가능성
    美 경기 둔화 가능성에 판매량도 주춤 전망
    파격적 주주 환원책은 이미 주식시장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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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분기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한 현대자동차는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 종식 후 찾아온 판매 호조, 원-달러 환율 등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되면서 최근엔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획득하며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서 위상을 굳혔다.

      이런 상황에도 현대차그룹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최고의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더할 나위 없는 사업 환경이 점차 바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피크아웃에 대한 막연한 위기감이 점차 현실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미 많은 호재가 반영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주가는 올해 초부터 꾸준하게 상승하며 1974년 상장 이후 연일 신고가를 경신해 왔다. 지난 7월엔 29만9500원의 신고가를 썼지만 현재 주가는 23만원 아래에 머물고 있다. 주가가 7월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도 5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실적만으론 이 같은 주가흐름을 설명하긴 어렵다. 올해 2분기 현대차는 매출액 45조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막대한 영업이익의 배경엔 환율이 한 몫 했다.  코로나가 종식하며 보복 소비가 크게 늘었고, 차량 교체 주기가 맞물리며 역대 최대 판매가 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약세가 지속하다보니 분기별로 수조원씩 벌어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미국의 경기는 점차 꺾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8월 고용보고서는 경기 둔화를 예고했다.

      현대차의 1~8월 내수 판매(45만9800대)는 이미 지난해(50만9608대)보다 약 10% 줄었다. 해외 판매는 1~8월 기준 전년 대비 0.4% 증가했지만 8월의 판매량은 7월과 비교해 감소했다. 물론 월 별 판매량 기준 큰 폭의 감소세가 아니고, 프로모션 등을 통해 판매량 증가를 꾀할 수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또는 침체기에 들어서면 고가의 소비재인 자동차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사업 환경이 그동안 상당히 우호적이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변수가 너무 많다"며 "일단 최대 판매량 기록에 나타나듯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차량을 교체하며 당분간 교체 수요가 적다는 점,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가 다소 줄어들 수 있단 점 등은 향후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단 점은 긍정적이다. 실제로 올해 1~7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 점유율(11.1%)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1위인 테슬라(점유율 51.1%)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조금씩 줄어들고 있단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 전기차에 대한 정책적 변수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미국 완성차 업체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에 해당하는 변수이긴 하지만 현대차는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그 여파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의 성장이 정체할 수 있단 점에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재료들을 이미 다수 발표했고 이미 주가에 녹아들어 있다는 점은 향후 주가의 턴어라운드를 예상하기 어려운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의 주가가 30만원을 넘볼 당시엔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가 발표됐다. 상장을 통한 조달 규모는 최소 30억달러(약 4조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달 자금은 인도 내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 시장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최근 2033년까지 120조원을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하이브리드 차종을 대폭 확대하고, 지난해 판매량 대비 30% 증가한 2030년 연간 글로벌 판매량 555만대를 달성하겠단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동시에 주당 최소 1만원 배당, 자사주 4조원 매입 등 주주환원책을 공개하자 장중 주가가 5%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판매량을 마냥 끌어올리기는 제한적인 상황, 해외법인 상장과 파격적인 주주환원책까지 제시된 상황에서 주가 부양을 위한 이벤트는 지배구조 개편을 비롯한 거버넌스 이슈 등만이 남았단 평가도 나온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과거엔 현대차의 저PBR이 투자의 매력으로 여겨졌으나, 이젠 더 이상 투자자를 유인할 요소가 되지 못한다"며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호재들이 발표됐고 주식시장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도 연초와 같이 현대차에 주목하진 않는 분위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