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준포트폴리오', 시행 전부터 부작용 우려…보건복지부도 ‘떨떠름’?
입력 2024.09.18 08:20
    기준포트폴리오 도입으로 다양한 투자 가능
    다만 안정지향 '하향 평준화' 우려도 존재
    기금운용본부 지나친 자율성에 대한 비판도
    수익률 제고 효과 없을 경우
    보건복지부 책임 문제 불거질 수도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 '미온적'이란 평가도 나와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이 운용전략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금운용의 자율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칫 ‘하향 평준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서 기금운용본부에 지나친 자율성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관리 감독하는 보건복지부의 부담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5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로써 2006년 이후 18년 만에 기금운용 전략의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기준포트폴리오는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기준 포트폴리오의 내용을 살펴보면 포트폴리오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으로 나누고 중장기적으로 두 자산간의 일정 비율(위험자산 65%, 안전자산 35%) 정도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추구한다. 더불어서 해당 비율 정도의 리스크 수준에서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을 추구한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부분은 투자 영역에 있어서 ‘그레이존’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국내채권, 주식, 해외채권, 해외주식, 대체투자 등으로 부문을 나누고 부문마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군과 목표 수익률이 정해지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시시각각 새로운 투자상품이 나오는 것에 대응하기 힘들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를테면 채권도 주식도 아닌 메자닌 상품이라던지 새로운 사모대체투자 상품에는 국민연금에서 투자하기 힘든 구조였다”라며 “하지만 기준포트폴리오에선 리스크 수준만 맞추면 되다 보니 투자 영역이 훨씬 넓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업계에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투자영역 다양화가 자칫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테면 운용역 입장에선 과거 처럼 특정상품과 특정 수익률을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범위는 넓어질 수 있으나, 상품이 새롭더라도 더욱 안전자산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할 유인이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모델로 삼는 해외의 싱가폴 테마섹, 캐나다의 CPPIB 대비 투자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유인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대체투자라 하면 현재는 일정 수익률 이상의 투자건만 검토한다는 방침이 있으나, 앞으론 이런 부분에 대한 제약이 줄어든다”라며 “운용역 입장에선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다면 굳이 고위험의 새로운 상품에 투자할 유인이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준포트폴리오 도입이 기금운용본부에 지나친 자율권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연금고갈을 막기 위해 투자수익률 제고라는 명분하에서 기금운용본부에 힘을 실어주는 제도인데,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경우 비난의 화살도 쏟아질 우려가 크다. 앞서 하향평준화 우려처럼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로 수익률이 저조하거나, 반대로 충분한 학습없이 신상품 투자로 인해서 투자손실이 발생할 경우 국민연금이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기준포트폴리오 도입을 두고 보건복지부가 탐탐치 않아 했다는 말도 나온다. 기금운용본부에 지나친 자율성을 주는 것 아니냐는 부분과 투자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감사원 감사에서 새로운 투자에 대한 지적사항이 쏟아질 수 있는 부분도 부담되는 요소다. 샌프란시스코 등 해외사무소 개소 및 인력충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을 관리 감독하는 보건복지부 입장에선 이전보다 관리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라며 “제도 도입으로 투자수익률 제고 효과가 없으면 보건복지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도 부담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준포트폴리오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조직개편, 성과평가 등 복잡한 과정이 있어 고민이 있었다”라며 “이 때문에 우선적으로 대체투자 부문부터 도입을 시작하는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확대한다는 생각이어서 진행상황을 보면서 확대여부를 판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