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도 아슬아슬한 하이엔드 주택
입력 2024.09.20 07:00
    분양 부진에 광고 내고 분양 이벤트까지
    고분양가 우려 및 PF 대주단 부담 영향
    금융당국 압박에 불안감 커진 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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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이엔드 주택 사업장에서 위태로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부동산 시장을 선도하는 서울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도 예외는 아니다.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해 결국 공매로 넘어가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100억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하는 하이엔드 주택은 시장 상황에 영향받지 않는 초고액 자산가를 주요 타깃으로 한다. 고분양가에도 불구 대다수의 하이엔드 주택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최근 하이엔드 주택 시장 분위기가 예년같지 못하다는 평가다. 코로나발 부동산 호황 때 진출한 다수의 하이엔드 주택 사업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몇 달째 온·오프라인 분양 광고를 하고 있으며, 잠재 고객에게 분양 이벤트 연락을 하고 있다. 시장에 부정적인 소식이 돌 때마다 '호재성' 광고 기사를 도배하는 경우도 흔하다.

      PF 시장이 얼어붙으며 PF 대주단이 사업성 평가를 보다 신중하게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채 브릿지론 만기 연장을 이어오는 사업장도 늘었다.

      코로나 시절 신흥 부동산 디벨로퍼로 떠올랐던 A시행사는 강남 사업장의 분양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지만 일단 수분양자와 계약하며 PF 대주단에 사업성을 피력할 목표라 전해진다. 

      연초 A시행사가 소유한 다른 사업장은 선순위 대주의 EOD 선언 이후 공매로 나왔다. 이후 5회차 입찰에서 감정가 대비 약 33% 할인된 가격에 팔렸다. 그러나 A시행사가 해당 사업장을 점거하며 갈등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시행사는 작년 연결 기준 수천억원대의 빚을 짊어지고 있으며, 대부분 인력이 퇴사했다.

      강남 B 사업장은 국내 대기업 계열 부동산 개발회사가 사업 지분을 확보하며 내년 11월까지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작년 10월 약 40% 자금을 대출한 선순위 대주가 브릿지론 연장을 반대한 이후 무산 위기를 겪던 사업장이다. 다만, 기존 하이엔드 주택을 세울 계획은 취소됐으며, 대신 대형 호텔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강남 일부 사업장은 EOD 사유가 발생한 이후 공매 절차에 돌입했다. 대부분 분양률이 저조해 대주단이 브릿지론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공매에 넘어가면 선순위 대주를 제외한 나머지 대주단은 대출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시공사 또한 공사비 정산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 준공 시점에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거라 기대해 본PF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시행사 C는 유명 연예인이 분양받아 유명세를 치른 강남 하이엔드 주택의 후속 사업장을 내놨다. 지난달 본PF로 전환했으며, 이 과정에서 공동시행에 나선 시공사가 약 1000억원 신용보강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하이엔드 주택 사업의 생존 여부는 금융당국에 달려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PF 사업성 평가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PF 시장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브릿지론 만기를 연달아 연장해온 다수 사업장을 부실우려 사업장으로 분류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일부 선순위 대주는 본PF 전환에 부담을 느끼고 경·공매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PF 업계 한 관계자는 "순탄히 진행되는 사업장도 있지만, 다수 사업장에서 가격 거품이 심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며 "애초에 토지를 비싸게 구매한 경우가 많아 가격을 낮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니, 강남에서도 하이엔드 사업자의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