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IPO 일정 '빽빽'한데 케이뱅크ㆍ더본코리아까지...나머지 공모주들 어쩌나
입력 2024.09.25 07:00
    금감원 증권신고서 심사 강화에 청약 대거 연기
    IPO '대어' 케이뱅크에 백종원의 더본코리아까지 등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주목도 쏠릴 것"
    높은 PBR 의문 해소 못한 케이뱅크,
    생각보다 유동성 흡수 크지 않을 거란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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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10월 공모주 시장이 '포화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15곳 이상의 기업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인데, 여기에 예상 시가총액이 5조원에 달해 하반기 IPO 대어로 주목받는 케이뱅크와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까지 10월 중 수요예측 및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라, 상대적으로 다른 공모주에 대한 주목도와 유동성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증권가에 따르면 10월 중 수요예측 절차에 들어가는 공모주 기업은 15곳에 달한다. 9월 중 공모 일정을 잡았던 기업 중 상당수가 10월로 일정이 밀렸는데, 여기에 케이뱅크ㆍ더본코리아 등 하반기 대어까지 더해지며 달력에 빈틈이 사라진 상태다. 

      수요예측 일정이 10월에 몰린 이유는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심사를 강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관련 업계에선 지난해 고평가 논란이 일었던 '파두 사태'를 기점으로 금융당국의 심사가 깐깐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코스닥 새내기 종목의 주가 부진도 이어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심사가 한층 더 엄격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인해 수요예측 일정을 10월로 연기한 기업은 7곳에 달한다. 10월 예정 공모주의 절반에 육박한다. 산술적으로 이달 말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10월 중 공모 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공모 일정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로 인해 10월로 상장 일정이 밀린 코스닥 기업들에 더해 케이뱅크와 더본코리아가 코스피 상장 절차를 밟으면서, 이들 기업이 IPO 시장의 주목도와 유동성까지 빨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케이뱅크는 2022년 IPO를 추진하다 철회 후 재도전에 나선 데다 공모규모 또한 커서 투자자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경우 690억~840억원의 공모 예정 금액에 예상 시가총액(공모가 최상단 기준)이 4050억원으로 '중형급'이란 평가지만 백종원 대표의 화제성으로 인해 흥행은 보장돼 있단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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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업계에서는 극심한 '옥석 가리기'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쟁률이 고루 분산되기보다는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최근 주목받는 업종의 특정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과 공모주 시장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 섹터 선호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금리 인하와 더불어 전통 제조업들의 현금창출력이 약화하면서 바이오와 헬스케어 영역이 '성장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과열됐던 공모주 투자 열기가 다소 가라앉았다는 점도 공모주 옥석가리기가 예상되는 원인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공모주 기관 수요예측 평균경쟁률은 959대 1로,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던 2021년 상반기 1326대 1보다 30% 가량 낮아졌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10월에 공모 일정이 집중되면서 전체적으로 공모가가 낮아지거나 경쟁률이 낮아지기보다는 특정 기업 몇몇에 주목도가 쏠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스닥 상장의 경우 기술특례상장이 많기 때문에 실적이나 밸류를 중점적으로 보기 보다는 성장성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 기관투자가들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모두 바이오나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분야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주급 납입 능력만 있으면 되는 기관투자가들은 청약금을 내야 하는 개인투자자들에 비해 선별적으로 투자할 유인이 적긴 하지만, 수요예측이 이렇게 많이 몰리면 영향이 없을 수 없다"며 "공모주는 분석 기회가 적다보니 '얼마나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을 갖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인데 최근 가장 큰 관심이 모이는 업종은 바이오와 헬스케어, 그 다음은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가 내달 IPO 시장 유동성을 좌우할 최대 변수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케이뱅크의 높은 공모가나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업종 특성상 투자 심리를 크게 자극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케이뱅크의 적용 PBR은 2.56배인데, 피어그룹인 카카오뱅크의 1.62배보다 높아 기업가치가 비교적 높게 산정됐다는 점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케이뱅크 또한 플랫폼 기업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확실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은행은 공모주로서 큰 주목을 받기 어려운 분야라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사 IPO 고위 담당자는 "케이뱅크로 인한 유동성 이슈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케이뱅크 (수요예측) 참여율이 별로 높지 않을 거라 예상하기 때문"이라며 "공모 규모(7790억원~9500억원)가 유동성을 크게 흡수할 정도는 아니고 의무보유확약(락업) 물량이 많지 않아서 당일에 파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터라 이후 다른 종목에 영향을 줄 일은 없어보인다. 오히려 케이뱅크의 흥행이 참패할 경우 공모시장의 분위기가 나쁘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케이뱅크와 더본코리아의 화제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몰려 있는데, 케이뱅크와 더본코리아에 이슈가 묻히면 개인투자자들의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IPO 담당자는 "케이뱅크와 더본코리아와 수요예측이 겹치는 기업들에 대해서 크게 주목을 못 받을까 우려가 되기는 한다"며 "수요예측이 몰려있다는 건 상장일도 몰려있다는 건데, 한정적인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어서 상장 첫날 주가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