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축협 회장의 4연임 수단 된 HDC현대산업개발
입력 2024.09.27 07:00
    취재노트
    천안 NFC, 준공 지연에 '사유화' 논란까지
    HDC현산 주가 5.47% 하락
    정 회장, 4연임 여부 확답 피해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년 1월 대한축구협회장 만기를 앞두고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사유화 의혹으로 '또' 부정적 여론에 휩싸였다. 그 여파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본업과 무관한 오너 이슈가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4연임 도전을 앞둔 정 회장에게 천안 축구종합센터(NFC)는 연임의 주요 과제로 평가받는다. 발주처인 대한축구협회는 올해 12월 준공을 목표했지만, 내년 5월로 준공일을 미뤘다. 

      이에 '떠돌이' 훈련을 하던 국가대표팀의 '떠돌이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2001년부터 국가대표팀 전용 훈련장으로 사용했던 파주 NFC는 파주시와의 무상임대 계약이 올해 1월 만료됐다. 파주시가 연간 26억원의 시설 사용료를 요구했지만, 대한축구협회와 사용 연장에 합의하지 못했다.

      정 회장은 천안 NFC 완공 지연으로 한 차례 타격을 받았는데, 이번엔 '사유화' 이슈로 또 타격을 받았다.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에서 이뤄진 대한축구협회 현안 질의에서 의원들과 정 회장의 공방이 벌어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정 회장이 12년간 재임하면서 대한축구협회를 사유화한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배 의원은 "천안 부지 지정 이후 마스터플랜 건축사를 선정하기 위해 국제공모 사업을 했고, 지난 6월 네덜란드 업체(유엔스튜디오)가 최종 선정됐다"며 "대한축구협회는 NFC란 목적으로 발주했는데 수주받은 디자인에는 HDC아레나라는 이름으로 왔다. KFA(대한축구협회)도 아니고 NFC도 아니고 왜 현대산업개발(HDC)아레나로 디자인이 왔냐"고 추궁했다.

      이에 정 회장은 "해당 명칭은 네이밍 라이츠(구장 명명권)를 판매하기 위한 가칭일 뿐"이라며 "'아시아나 아레나'나 'HDC 아레나'처럼 경기장 이름을 붙이기 위한 예시로 디자인에 포함된 것"이라 설명했다.

      또 배 의원은 "유엔스튜디오가 과업 범위 및 수수료 제한이란 계약조정, 비용에 관한 문건을 대한축구협회에 발송한 문서 또한 현대산업개발이 동일하게 수신했다. 실무논의 과정에 현대산업개발 이름이 등장한다"며 "현대산업개발이 공식 공모 과정에서 실무적인 정보를 수신하고 있다"고 질의했다.

      이에 정 회장은 "우리가 전문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이 도와달라고 얘기했다"며 "현대산업개발은 대한축구협회와 관련해 도와준 건 있지만 이득을 얻은 점은 절대로 없다고 맹세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배 의원은 "사익을 취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체육계 공조직이 특정 대기업에 의해 실무와 정보가 관여되는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후 25일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전일 대비 5.47% 하락했다. 정 회장의 행보가 본업의 주가를 하락하는 이슈로 작용한 셈이다. 

      주주 게시판에는 "정 회장은 축구협회 나오고 (HDC현대산업개발) 주가 관리나 해야", "정 회장이 공사 구분 못하고 (HDC현대산업개발에) 일감 밀어주기 한 거라면 주가는 부풀려진 것" 등의 날선 반응이 올라왔다.

      사실 건설주는 금리인하기에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KB증권은 "(최근 주가 하락은) 차익실현 매물의 출회에 따른 단기적인 조정"이라며 "지금의 HDC현대산업개발이 2015년 주가 전성기 때의 현대산업개발보다 우수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여전히 '부업'에 관한 갈망이 커 보인다. 4연임 도전을 포기할 생각을 묻는 말에 정 회장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생각해보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