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역성장한 한영…인건비 줄여 적자 면해
입력 2024.09.30 16:06
    매출 지난 회계연도 대비 5% 역성장
    경쟁 회계법인 매출 성장과 대비
    인건비 줄이며 비용절감 들어가
    이에 따른 후폭풍 우려 속
    경쟁 회계법인은 기회 모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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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영회계법인 매출이 역성장했다. 경쟁사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조금이나마 성장한 데 반해 한영은 매출이 뒷걸음질치며 사실상 성장정체 문제에 직면했다. 인건비 절감을 통해서 적자를 면했지만, 한동안 이전과 같은 성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견해다. 

      30일 한영회계법인은 2023년 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에서 매출액 4804억원, 당기순익 2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회계연도 대비 5%가량 매출이 감소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재무자문 실적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회계감사와 세무자문은 실적이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반면 재무자문은 매출이 400억원가량 줄어들며 법인 전체의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그간 재무자문이 전체적인 매출 성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한영회계법인은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한 분위기다. 우선 허리띠를 졸라맸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급여로 나간 지출 비용이 지난 회계연도 대비 200억원가량 줄었다. 임대료를 제외하고는 그나마 줄일 수 있는 게 인건비다. 지난해 파크원으로 이전하면서 임대료 비용을 줄이기 힘든 구조다. 재무재표 상에서도 지난 회계연도 대비 임대료 지출이 10억원가량 증가했다.

      인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사업보고서 상 부문별로 살펴보면 감사부문 인력이 5명 정도 늘어났으며, 세무자문과 경영자문에선 인력이 감소했다. 특히 M&A 업무 등을 담당하는 경영자문에선 143명의 인력이 줄어들었다. 경쟁 회계법인에 비하면 큰 폭의 인력 감소가 이뤄진 셈이다. 사실상 인력을 줄여 적자를 면했다.

      인건비를 줄이다 보니 내부반발도 심했다. 성과급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비단 직원뿐 아니라 박용근 대표의 보수도 지난 회계연도 대비 1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직원들 사이에선 박용근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보수 수준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실제 공개된 수치를 보고 어쩔 수 없었다 낙담한 분위기도 전해진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은 그해 벌어서 그해 나누는 구조라서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라며 “역성장은 앞으로 회사 전략에 있어서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매출이 소폭이나마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영회계법인의 역성장은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회계법인이 결국 ‘사람장사’란 점에서 경쟁사들은 한영회계법인과의 격차 벌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인건비 및 인력축소 영향이 일시적으로는 긍정 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일감이 다시 늘어날 때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간 유동성 축소에 따라 자본시장 내 인력 수요가 줄었지만 대기업 구조조정 거래가 살아나면서 다시금 회계사 수요가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경쟁 회계법인들은 관련 팀을 확대하고,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직원들 성과급만큼은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반해 한영회계법인은 당분간 내부 수습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재무자문 부문에선 이번을 기회로 세대교체 등 전면적인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