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 등 대표적인 장수 CEO 주목
현 경영진 체제 유지 관측 속 향후 행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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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인사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책무구조도 등 지배구조 이슈로 인사 시계가 빨라진 상황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대부분의 전업계 증권사들이 현 경영진 체제 유지를 선택한 가운데, 업황이 악화하며 일부 은행계 증권사들은 교체설이 언급된다. KB증권의 경우 4연임하며 6년간 회사를 이끈 김성현 대표의 세대교체 가능성이 대두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IBㆍWM 부문별로 각자대표제가 유력하게 떠올랐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의 정기인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1일 자산관리(WM) 부문에 부문대표를 대거 도입하고 70~80년대생 임원들을 승진시켰다. 다만, 사장급 인사들의 거취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물러나고 김미섭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세대교체 인사가 있었던 영향이다.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최근 1~2년새 수장이 교체된 전업계 증권사는 인사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 정영채 체제에서 윤병운 체제로 세대교체를 마친 NH투자증권 역시 현 윤 대표의 임기가 남아있다. 조직 안정성을 위해 현 경영진을 유지하는 선에서 70~80년대생들의 임원 승진으로 세대교체를 마무리할 것이란 예상이다.
시장의 이목은 장수 CEO 및 부정적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은행계 증권사로 쏠린다. 지난해 있었던 82학번 대표이사들의 퇴장 행렬속에서도 자리를 지킨 CEO들이 있는 까닭이다. 세대교체를 위한 후속 인사가 있을지가 업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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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KB증권 사장은 대표적인 장수 CEO다. 2019년 KB증권 대표이사로 임명되고, 6년째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박정림 전 KB증권 공동 사장이 라임펀드 판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물러났지만, 김 사장은 재연임에 성공했다. IB부문에서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었다는 평가다. KB증권은 김 사장 체제에서 ECM(주식자본시장)과 DCM(부채자본시장) 리그테이블 1위를 다투는 등 IB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관건은 나이다. 걸출한 1963~64년생 CEO들이 세대교체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잇따라 교체됐다. 현재 경쟁 증권사들의 CEO들은 대부분 1967~69년생으로 세대교체가 완료된 상황이다. 눈에 띄는 뚜렷한 후계자가 없어 연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결국엔 세대교체를 위해 지주나 다른 계열사에서 거취를 모색해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IB 담당 대표로는 조병헌 부사장ㆍ강진두 부사장 등 IB출신 인물 중 후계자를 정하고, WM부문은 지금처럼 각자대표제를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달말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대추위)를 앞두고는 현대증권 출신으로 경영관리를 맡으며 조직 장악력을 높인 강 부사장의 '발탁' 가능성이 회자되기도 했다.
WM 부문을 이끌고 있는 이홍구 사장의 경우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분기 누적 기준 수탁수수료가 363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다만 채권 랩·신탁 사고로 인한 금융당국의 경징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WM부문의 경우 박정림 전 대표가 그랬듯 은행출신 '뱅커'가 기용될 가능성 역시 열려있다. 다만 장연수 현 국민은행 WM고객부문 대표 등 영업을 담당하는 은행 부행장 그룹군이 대부분 부행장 1~2년차라, '파견'할만한 WM 전문가가 마땅치 않은 점이 변수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사장의 경우 최근 발생한 1300억원 규모 ETF 유동성 공급 사고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사장은 2022년 영입된 이후 영업통이자 IB 전문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아 지난해 2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2018년 미래에셋증권 IB총괄 사장을 거쳐 신한투자증권 대표에 오른 증권가 터줏대감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내부통제시스템 미비 등이 지적되면서 CEO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김 사장은 비상대책반 격인 경영정상화 TF를 이끌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책임소재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남은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김병철 전 대표가 라임사태로 인한 책임을 통감하고 1년 반만에 물러난 전례가 있어 아직 임기가 1년 남았다는 점이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아직도 금감원 조사가 진행중인데다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은 교체 대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이번 인사를 통해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주가 올들어 신한투자증권에 자산관리총괄 조직을 신설하고 정용욱 신한은행 부행장을 총괄 대표에 임명한 것은, 신한금융이 신한투자증권의 WM 및 리테일 부문을 총괄하는 대표직 신설을 염두에 둔 대목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은 유력하게 연임이 점쳐지는 인물이다. 부동산 업황 침체 속에서도 실적 반등에 성공했고, 부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 수습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특히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 사장의 임기도 함 회장의 연임 여부와 연동됐다는 관측이 많다. 내부적으로는 함 회장이 연임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82학번 CEO들의 퇴장 이후에도 남은 60년대생 수장들의 거취가 올해 인사의 최대 관심사"라며 "세대교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이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